2019 5

참회록(懺悔錄), 1942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참회록, 윤동주, 1942  '참회록'은 윤동주의 유고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되어 있는 시이다. 시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시에는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잘 보여 준..

2019 2019.08.22

소나기, 1959

소나기, 황순원, 1959 황순원의 소설 황순원과 소설 「소나기」를 들어보지 못한 이가 있을까? 대부분은 교과서에서, 소설책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소설이다. 이처럼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소나기」는 서정 소설의 대표로 인식될 만큼 지금까지도 유명하고 높이 평가되고 있다. 소나기마을과 황순원 문학관  황순원과 소설 「소나기」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소나기마을과 황순원 문학관을 소개하고 싶다. 늦은 여름날, 비가 온 직후 해가 다시 빛을 비출 때 그곳에 갔다. 소나기마을은 마을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아담한, 조금 넓은 숲길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왜 소나기'마을'인지 조금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황순원의 묘가 위치해 있으며, 해와 달의 숲, 고향의 숲, 수숫단 오솔길처럼 각 길에는 이름이 있다. ..

2019 2019.06.13

원미동 사람들, 1987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1985-1987양귀자가 그려 보이는 원미동은 작고도 큰 세계이다. 그 세계는 소설 속에서는 부천시 원미동이라는 구체적 장소에서 그 장소에 살고 있는 몇몇 인물들이 펼쳐 보이는 소박하고 낯익은 삶들로 이루어져 있다. 원미동은 문자 그대로 '멀고 아름다운 동네'로, 양귀자의 역설적 표현을 빌리면 "가나안에서 무릉도원까지"의 아득한 거리에 있는 동네가 아니라, "기어이 또 하나의 희망"을 만들어가며 살아야 할 우리들의 동네이다.『원미동 사람들』 책 소개 中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  나는 '동네'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내가 쓴 시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소재이다. 그 단어의 어감도 좋고 그 단어의 의미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정겨운 느낌은 더 좋다. 동네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 ..

2019 2019.05.31

타는 목마름으로, 1975

Now Playing - 김광석,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1975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열망했다. 시인 그뿐만 아니라 그때의 시민들이 그랬다. 박정희 정권은 1960년 5·16 군사 정변을 통해 시작되었다. 1972년에는 10월 유신을 선포하고 유신 헌법을 제정하였다. 매우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시대 상황은 이 시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지식이다.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가 들리는 그 땅 위에서 사람들은 공포에 맞서 투쟁했다. 그 처절하고 간절한 투쟁의 순간이 이 시에 담겨져 있다.  '너'와 '나'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내 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이 시에서는 화자를 '나'라고 말한다. 나는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이다. 또한 민주주의를 의인화하여 '너'로 ..

2019 2019.05.16

오감도(烏瞰圖), 1934

오감도(烏瞰圖), 1934이상의 시는 대체로 이해하기 힘들다. 읽다 보면 문득 상당히 공포스러운 감정이 들기도 하고, 가끔씩은 그냥 뜻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시를 정확히 해석할 수 없다고 평한다. 그 중 오감도는 이상이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한 시이다. 총 15편의 시가 발표되었다. 이상과 ≪조선중앙일보≫는 총 30편의 시를 게재할 예정이었으나, 신문 독자들의 기괴하다, 난해하다는 비난이 이어져 이 주만에 연재가 중지되었다. 연재가 중단된 직후 이에 대해 이상이 쓴 작가의 말이 인상 깊다.왜 미쳤다고들 그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 년씩 떨어져도 마음 놓고 지낼 작정이냐. 모르는 것은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빠지게 놀고..

2019 2019.04.11